세계관 넓힌 ‘킹덤: 아신전’, 시즌 3 가는 징검다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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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02. 오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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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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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 열풍 불러온 ‘킹덤’ 첫 스핀오프
80개국 톱 10 올랐지만 평점 7.1 저조
전지현 활약 기대한 팬들 아쉬움 표해
시즌1부터 호흡 김은희 작가·김성훈 감독
“긴 세월 복수 준비 보여주기 위한 것
민초 이야기·생사초 비밀 기대해달라”
지난달 23일 공개된 ‘킹덤: 아신전’. ‘킹덤’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로 기대를 모았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이하 아신전)을 둘러싼 반응이 뜨겁다. 데이터 업체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넷플릭스 공개 이후 한국은 물론 일본ㆍ태국ㆍ베트남 등 8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열흘간 80여 개국에서 톱 10을 지키고 있다. 각각 6부작으로 구성된 시즌 1(2019), 시즌 2(2020)와 달리 92분짜리 스페셜 에피소드 1편에 불과하지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과 좀비의 색다른 만남으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결과다. 특히 ‘아신전’은 시즌 2 마지막에 등장한 아신(전지현)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이자 시즌 1ㆍ2에서 조선에 좀비가 창궐하게 된 비밀을 엿볼 수 있는 프리퀄로 기대를 모았다. 아직 제작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시즌 3으로 가는 데 꼭 필요한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지난달 28~29일 화상으로 만난 제작진은 “‘아신전’은 시즌 3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은희 작가는 찬 성질을 좋아하는 생사초의 비밀을 찾아 북방으로 향하는 세자 이창(주지훈)과 아신이 맞닥뜨렸을 때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낯선 배경과 인물에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별도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북방 지역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다가 ‘성저야인(함경도 변방 성 아래에 사는 야인)’에 주목하게 된 김 작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여진과 조선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면 ‘한’의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시즌 1ㆍ2가 각각 배고픔과 피에 관한 이야기라면 시즌 3은 한을 그려내고 싶다고 밝힌 기획의도와도 맞닿아있다.

“이창과 아신 긴장감 조성 위해 별도 제작”
2019년부터 ‘킹덤’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김은희 작가. ‘싸인’ ‘유령’ ‘시그널’ 등 장르물에 이어 좀비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 시즌 1 전편, 시즌 2 1부에 이어 ‘아신전’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 [사진 넷플릭스]

기존 사극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북방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시즌 1 전편과 시즌 2 1부에 이어 ‘아신전’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앞선 이야기에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있다면 이번엔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아신의 슬픔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차갑고 시리고 어둡고 음습한 비밀이 서려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그 시절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를 본 적은 없지만 상상 속 공간을 현실화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남쪽인 제주도의 편백숲이나 오름 등에서 촬영하게 됐다. 광활한 대지는 새만금에서 찍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모로코에서 영화 ‘피랍’을 촬영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다시 합류한 김 감독은 “오랜 시간 김은희 작가와 호흡을 맞추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며 “시즌 3이 세상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체력이 되는 한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신전’에 대한 평단과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불호를 오간다. “‘킹덤’을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 즐길 수 있는 전율 가득한 안티 히어로 이야기”(영국 NME), “프로덕션 관점에서 거의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촬영 기법은 놀랍고 배우들의 연기도 놀랍다”(영국 HITC) 등 외신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시즌 3을 기다린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아쉽다는 분위기도 있다. 배고픔에 굶주린 K좀비의 매력에 빠진 장르물 애호가에게는 생사역의 분량이 너무 적고, 이야기의 서막을 여는 프리퀄로 즐기기에는 민치록(박병은)을 제외하면 기존 시즌의 등장인물과 접점이 거의 없는 탓이다. 북미 영화 전문 사이트 IMDB 평점 역시 시즌 1(8.3점), 시즌 2(8.7점)보다 저조한 7.1점을 기록 중이다.

“전지현 캐릭터 완벽 소화…큰절 하고파”
‘아신전’에서 어린 아신 역을 맡은 김시아. 제작진은 “당초 더 높은 연령대의 배우를 고려했으나 2008년생인 김시아가 4차까지 진행된 오디션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성인 아신 역을 맡은 전지현은 등장할 때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선사한다. [사진 넷플릭스]

특히 아신 역을 맡은 배우 전지현의 활약을 기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크다. 극의 전반부 50분은 아역배우 김시아가 이끌어가고, 후반부 40분 동안 등장하는 전지현은 그나마 대사가 몇 줄 되지 않는다. 이에 김은희 작가는 “분량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아신이 긴 세월 동안 복수에 대한 칼날이 무뎌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홀로 남은 아신에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을 테니 말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베를린’(2013) ‘암살’(2015) 등을 보고 처음부터 전지현을 염두에 두고 아신전을 썼다는 김 작가는 “벌판을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제 생각이 맞았구나 싶었다. 창작자로서 캐릭터를 이렇게 잘 표현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큰절이라도 올려야 할 것 같다”고 함께 한 소감을 밝혔다.

세계관 확장을 시도한 만큼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또 다른 스핀오프 ‘세자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인물별로 전사를 만들어놔서 더 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시즌 3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하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이창과 아신의 만남이 관건이 될 것이다. 영원한 선인도, 악인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각의 인물이 어떻게 성장하게 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앞서 지배계층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뤘으니 의녀 서비(배두나)나 착호군 출신인 영신(김성규)처럼 피지배계층, 가지지 못한 민초의 이야기를 더 주체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생사초에 숨겨진 더 큰 비밀도 있고 폐사군에서 발발되는 새로운 역병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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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천착하는 기자. 사람과 세상을 잇는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할 때 희열을 느낍니다. 중앙일보 문화부에서 가요와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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